굳이 책의 말을 인용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 항상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여유 시간이 없고, 일과 개인 생활과의 조화가 이루어 지지 않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말이다. 특히 이직 후, 나의 생활을 돌아보았을 때 여유 시간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현재 직장으로 이직한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었다. 전 직장은 휴대폰 제조 회사였다. 휴대폰의 경우 그 개발 기간이 무척 짧은데, 그 이유는 휴대폰이라는 상품 자체의 라이프 싸이클 (life cycle)이 무척이나 짧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강강강(强强强)의 형태로 업무의 강도가 진행된다. 프로젝트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과부하 상태에 있으니,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면 항상 넉다운 (knock down)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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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모든 것을 불태웠어... 새하얗게...> |
이렇게 넉다운 상태가 되면 어떤 일이든 하고 싶은 의욕이 사라졌다. 그래서 나는 프로젝트가 끝나도 자기 개발이나 혹은 생산적인 일을 찾아서 하기 보다는 그냥 저냥 시간을 보내거나 어영 부영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프로젝트가 끝난 나 자신에게 허락하는 최소한의 자유라고 생각했다. 다시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과부하 상태에 돌입하고 끝나고 나면 넉다운 될테니 말이다.
지금 재직 중인 회사는 자동차 부품 회사인데, 일단 프로젝트 개발 기간이 휴대폰 보다는 길며 (상대적으로), 각 개발자의 워크로드 (workload)를 파악하고 과부하에 걸리지 않도록 분배해준다 (물론 이것은 팀마다 다르다 ㅋㅋ 그리고 현재 회사는 야근을 하면 "야근교통비"가 아닌 "시간당 야근비"를 진짜로 주므로 되도록 야근을 안시키려는 것 같다 ㅋㅋ 회사 입장에서 돈이 많이 나가므로 ㅋㅋ).
따라서 전 회사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느끼는데 신기한 것은 전 회사에 있을 때와는 다르게, 여유가 있다고 느껴지니 나의 행동과 생각이 크게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직 후에 가장 크게 변화된 나의 모습은 바로 "무엇인가를 개선하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로젝트의 과도한 업무에 항상 시달릴 때는 생각도 못했던 일이다. 매일 퇴근 후, 넉다운 되어 집 침대와 쇼파에 널부러져 있던 나의 전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어떻게 하면 개발을 더 잘할까 어떻게 하면 실제 프로젝트에 적용하고 개선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사실 1차적으로는 나에게 이득이지만, 2차적인 수혜자는 바로 회사이다. 실제 회사 업무를 개선 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칸반 책의 지속적 개선에 대한 글을 인용해 본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잉여 시간을 없애야 한다고 믿는다.
(중략)
모든 사람을 100% 효율적으로 활용하려고 자원을 조정하여 균형을 맞추려는 경향이 생긴다. 이렇게 하면 효율적이고 전형적인 20세기 원가 계산법을 만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개선 문화 창조를 방해한다. 지속적 개선이 가능하려면 잉여 시간이 필요하다.
(중략)
활용을 최적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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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칸반 (Kanban) (1) - 프로젝트에 칸반 도입 후의 문제점들
2. 칸반 (Kanban) (2) - 진행 중인 업무량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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